잡수입, 입대의 의결 없이 회식비 등 지출 ‘횡령’

By | 2019-06-11

잡수입으로 회식비 등 사용시 횡령죄로 성립할 수 있다는 판례입니다.

출처 : 한국아파트신문

잡수입, 입대의 의결 없이 회식비 등 지출 ‘횡령’

<관련기사2015년 10월 29일 2면 게재>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형사부 판 결

사 건 2015노771 횡령
피 고 인 B
항 소 인 피고인
원심판결 서울서부지법 2015. 5. 7. 2014고정1295
판결선고 2015. 10. 15.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150만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1)피고인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있던 서울 A아파트에서는 오래 전부터 잡수입에서 직원 수당이나 회식비 등을 잡지출로 처리해 온 관행이 있었고, 정기적으로 입대의를 소집하는 것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입대의 회장에게 100만원 이하의 전결권을 부여했으므로, 피고인이 원심 판시 기재와 같이 자금을 사용한 것이 무단으로 지출하거나 임의로 소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특히 판시 범죄일람표 중 순번 37의 명목은 ‘회장 식대’로 돼 있으나, 21만4,000원 중 13만원은 이 사건 아파트 정문 초소와 관리사무소용 전열기구를 구입하는 데 사용한 것이므로 위 금액은 회장 식대로 사용한 것이 아니다.
2)피고인이 잡수입을 지출한 경위와 사용내역을 보면, 대부분 직원들의 근무의식을 고취시키고 본래의 업무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함에 따른 격려나 보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고, 잡지출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 결과 또한 ‘적정’ 의견이었으며, 아파트 관리소장이 실질적인 업무를 관장해 입대의 회장에게 법률 전문가 또는 회계 전문가 수준의 문제의식을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

나. 법리오해
피고인이 단순 선출직에 불과한 입대의 회장으로 잡수입을 이 사건 아파트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잡지출로 사용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사건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다.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벌금 200만원)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1)관련 법리
업무상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라고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의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말하고,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개인적인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는 물론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 돼 횡령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3도4732 판결,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6988 판결 등 참조).
2)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순번 1 내지 36, 37-1, 38 내지 51의 횡령의 점에 대한 판단
앞서 본 법리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의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주택 관리규약에 따라 예비비로 처리하거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할 잡수입을 용도에 어긋나게 잡지출로 사용한 이상 그 자체로서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므로, 이 부분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가)구 주택법 시행령(2014. 4. 24. 대통령령 제2532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5조 제2항에 의하면, ‘잡수입’은 금융기관의 예금이자, 연체료 수입, 부대시설·복리시설의 사용료 등 공동주택의 관리로 인해 발생하는 수입을 말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외부인 주차, 아파트 광고, 재활용품 판매, 예치금 이자 및 관리비 연체이자 등으로 인한 수입은 잡수입에 해당하고, 주택법과 주택법 시행령의 위임에 따른 이 사건 아파트의 공동주택 관리규약 제47조 제2항에 따르면, 잡수입으로 인해 발생한 당기순이익은 주택법 시행령 제58조 제1항에 따른 예산이 부족한 관리비의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해당 연도의 관리비 예산 총액의 100분의 2 범위에서 예비비로 처분하고, 남은 잔액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또한 이 사건 관리규약 제47조 제3항에 의하면 관리주체가 예비비를 집행하고자 할 때에는 관리비의 지출 비목, 지출사유, 금액 등을 작성해 입대의 의결을 얻어야 하고, 주택법 제43조의 4, 제51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66조 제2항에 의하면, 장기수선충당금은 장기수선계획에 의해 공동주택의 주요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용도로만 사용해야 하며, 장기수선충당금은 관리주체가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를 작성하고 입대의 의결을 거쳐 사용해야 한다. 이와 같은 주택법, 주택법 시행령과 그 위임에 따른 이 사건 관리규약은 강행규정으로 해석된다.
나)이 사건 아파트의 입대의는 2009. 5. 11.경 회의를 개최해 100만원 이하 공사(물품구매 포함) 및 지출사항의 지출결의와 기안문 품의 등에 대해 회장에게 전결권을 주기로 결의했지만, 피고인이 회식비, 회장 식대와 접대비, 직원 경조사비, 퇴직직원 위로금 등과 같이 사용하는 것에 대해 따로 전결권을 주지는 않았다. (중략)
다)피고인은 잡수입을 이 사건과 같이 지출함에 있어서 입대의 의결을 거치거나 사후 승인을 받지 않았고, 별지 범죄일람표 중 순번 37-2를 제외한 나머지 사용처에 관해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들이 쉽게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
라)C회계사무소에서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 ‘적정’ 의견을 표시하긴 했으나, 잡지출을 과다 사용한 것과 지출금액의 증빙 서류가 부적정한 것 등을 지적하면서 추후에는 계정에 맞게 잡수입을 예비비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처리하고, 증빙 서류를 적정하게 제출하도록 권유했다.
마)피고인은 회장 업무추진비로 매월 30만원을 지급받았고, 위 돈은 이 사건 아파트의 업무를 위한 성격인데, 피고인은 잡수입을 회식비 등으로 사용하고 관리소장이 기안을 올리면 결재했다.
바)피고인이 이 사건 관리규약에서 정한 잡수입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는 돈을 사전에 거쳐야 할 의결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무단 전용한 것은 그 지출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피고인은 관행대로 지출했을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는 이 사건 관리규약에 따라 입대의 의결을 거쳐 지출해야 할 의무를 스스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불과하다).
(중략)

나.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1)관련 법리
형법 제20조 소정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 함은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한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인지는 구체적인 사정 아래서 합목적적, 합리적으로 고찰해 개별적으로 판단돼야 하므로, 정당행위가 인정되려면, 첫째 그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둘째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셋째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넷째 긴급성, 다섯째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4. 27. 2003도4735 판결 등 참조).
2)구체적 판단
이 사건의 경우, 설령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직원들이 본래의 업무를 벗어나는 업무까지 무보수로 일해 왔고, 이에 대한 보상과 격려 차원에서 잡수입 중 일부를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목적의 달성을 위해 이 사건 관리규약에서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한 것이 그 행위의 수단과 방법에 있어서 상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잡수입을 직원들의 경조사, 회식비 등으로 사용함으로써 보호되는 이익이 그로 인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도 없으며, 잡수입에서 지출해야 할 긴급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거나, 그 밖에 다른 수단과 방법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형법상 정당행위에 해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후략)

재판장 판사 한영환
판사 장한홍
판사 표현덕

평 석

법무법인 산하
최 승 관 변호사

1. 피고인의 범죄사실

피고인은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서울 소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으로 재직했던 자인바, 주차관리비, 아파트 광고비, 재활용품 판매비용 등의 명목으로 입금된 잡수입을 보관하던 중, 이를 예비비나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충당하지 않고, 직원 회식비나 조의금 등의 명목으로 사용해 이를 임의로 소비했다는 내용으로 기소됐다.

2. 입대의로부터 전결권을 수여받았는지 여부

피고인은 과거 입대의에서 100만원 이하의 공사 및 지출사항의 지출결의와 기안문 품의 등에 대해 회장에게 전결권을 주기로 결의한 사실이 있고, 그러한 결의 당시에 회식비, 직원 경조사비, 퇴직직원 위로금 등의 지급에 관한 사항도 구두로 전결권을 수여받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할 만한 객관적인 자료가 없음을 들어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잡수입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 여부

피고인은 잡수입을 지출한 경위와 사용 내역을 보면, 대부분 직원들의 근무의식을 고취시키고 본래의 업무를 벗어난 업무를 수행함에 따른 격려나 보상 차원에서 이뤄진 것임을 들어 회식비 등으로 지출한 잡수입에 대한 불법영득의사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법원은 ‘업무상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 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해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것을 말하는바, 타인으로부터 용도가 엄격히 제한된 자금을 위탁받아 집행하면서 그 제한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그 사용이 결과적으로 자금을 위탁한 본인을 위하는 면이 있더라도, 그 사용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하는 것이 돼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즉, 피고인이 관리규약에서 정한 잡수입을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용도가 엄격히 제한돼 있는 돈을 사전에 거쳐야 할 의결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무단 전용한 것은 그 지출행위 자체로서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으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4. 평석

이번 사건은 피고인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에 잡수입을 직원 회식비 등의 명목으로 지출했다는 것을 4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 수사기관이 문제 삼은 것이다.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의 임기 이전부터 100만원 미만의 잡수입의 지출에 대해서는 회장에게 전결권이 부여돼 있었고, 잡수입을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소비한 것이 아니라 관리직원들의 사기 진작 등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을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현재 입대의를 운영하고 있는 동별 대표자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잡수입의 관리 및 사용에 대해 좀 더 세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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